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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리포트]‘한화의 린스컴’ 윤산흠은 어떻게 닥터 K가 됐을까

장발에 역동적인 오버핸드 투구폼. 메이저리그(MLB) 사이영상을 두 차례 받은 팀 린스컴을 연상하게 하는 한화 이글스 윤산흠(23)의 모습이다. 2019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던 그는 독립리그를 거쳐 2021년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입단 1년 만에 위력적인 투구를 보여주며 한화 불펜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윤산흠은 올 시즌 25경기에서 24와 3분의 2이닝 동안 33개의 삼진을 잡아내고 있다. 그가 기록 중인 9이닝당 탈삼진(K/9) 12.04개(9월 1일 기준)는 2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1위다. 윤산흠은 어떻게 '닥터 K'가 됐을까? 그가 던지는 구종은 직구와 커브 두 개에 불과하다. 대신 두 구종 모두 경쟁력이 높다. 현장에서 수준급의 수직 무브먼트를 갖췄다고 평가받는 직구는 타자의 헛스윙을 쉽게 끌어낸다. 커브 역시 높은 회전수와 구속(스탯티즈 기준 시속 127.8㎞)을 바탕으로 타자들을 잡아내고 있다. 윤산흠은 '투 피치' 투수다. 직구(50.7%)와 커브(48.2%)를 거의 1대1 비율로 던진다. 올 시즌 20이닝 이상 불펜 투수 중 윤산흠보다 커브 구사율이 높은 불펜 투수는 없다. 직구-커브 1대1 투피치 조합을 가진 선수들이 MLB에는 여럿 있다. 제임스 카린책(클리블랜드 가디언스), 맷 반스(보스턴 레드삭스), 타일러 더피(미네소타 트윈스)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평균 시속 95마일(153㎞) 이상의 패스트볼과 82마일(132㎞) 이상의 빠른 커브를 던진다는 것이다. KBO리그에서는 흔하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KBO리그에서는 빠른 커브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투수들 대부분은 각이 큰 대신 스피드가 느린 커브를 던진다. 하지만 윤산흠은 희귀하게 구속이 빠르고, 낙폭도 큰 커브를 던진다. 실제로 올 시즌 윤산흠보다 커브 구속이 높은 선수는 9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들 대부분 주 무기는 커브가 아닌 시속 150㎞ 이상의 강속구와 고속 슬라이더다. 윤산흠이 삼진을 뺏어내는 건 단순히 커브가 빨라서가 아니다. 두 개로 단순화된 구종은 상·하로 각기 다르게 투구됐다. 스트라이크존(S존)을 상·중·하로 삼등분했을 때, 윤산흠의 패스트볼은 주로 S존 상단(투구 비율 52.3%)에 집중돼 있다. 반면 커브는 S존 하단(투구 비율 50.7%)을 주로 향했다. 이유가 있다. 타자들의 구종 판단은 공이 투수의 손에서 떠난 시점부터 이뤄진다. 직선에 가깝게 뻗는 패스트볼인지, 아래로 떨어지는 커브인지를 타자가 파악하고 대처하는 건 공의 초반 이동 방향에 달린 셈이다. 투구에 대한 현대적 분석을 추구했던 MLB 투수 트레버 바우어는 이를 조기 식별(Early Identification)이라고 개념화하기도 했다. 올해 클리블랜드의 셋업맨으로 20경기 평균자책점 1.23을 기록 중인 제임스 카린책 역시 조기 식별 이론을 활용 중이다. 터널링 이론에 따르면 직구와 커브의 이동 경로가 최대한 비슷해야 효과적이다. 커브는 일반적으로 타자의 눈높이에서 무릎까지 떨어진다. 카린책은 커브를 타자의 눈높이에 맞춰서 던진다. S존 높은 곳으로 날아가는 직구(하이 패스트볼) 역시 타자의 눈높이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두 구종이 포수의 미트에 들어가는 지점은 상반된다. 과거 투구의 상식으로 여겨지던 '낮은 직구'는 시작 시점부터 타자의 무릎을 향하기 때문에 타자의 조기 식별이 쉽다. 커브볼러 카린책은 낮은 직구 대신 하이 패스트볼로 타자의 조기 식별을 최대한 어렵게 만들었다. 카린책의 투구 원리는 윤산흠에게도 적용이 가능하다. 하이 패스트볼과 커브의 조합, 시작점에서는 비슷하게 움직이나 홈플레이트에 가까워질수록 다른 방향을 향한다. 사실상 윤산흠의 투구 패턴은 하나다. 하이 패스트볼과 낮게 떨어지는 커브가 전부다. 타자는 터널링(tunneling, 일정 구간까지 타자가 구종을 분간하기 어렵도록 던지는 기술. 마치 터널을 통과하는 것과 같이 같은 궤적을 공유하는 것)으로 인해 조기 식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두 구종이 1대1로 날아오기 때문에 하나의 구종을 노리기도 쉽지 않다. 두 구종 모두 수준급의 구속과 무브먼트를 지녔기에 정타를 때리기 어렵다. 여기에 극단적인 오버핸드 투구폼도 윤산흠의 진화를 도왔다. 윤산흠은 머리 위에서 공을 던지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높은 릴리스 포인트를 형성한다. 이 투구폼 덕분에 상하 무브먼트가 수준급인 패스트볼과 반대 방향으로 떨어지는 커브 조합 효과는 배가된다. 윤산흠은 이 터널링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터널링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구종의 상하 움직임 차이뿐 아니라 좌우 무브먼트의 차이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론적으로 높은 릴리스 포인트를 이용해 12시 방향에서 6시 방향으로 떨어뜨려야 터널링 효과가 커진다. 패스트볼과 극단적인 오버핸드 투구폼은 이런 움직임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윤산흠은 터널링에 적합한 폼과 구종을 가지고 있다. 육성 선수로 입단해 방출됐고, 독립 리그를 거친 그는 살아남기 위해 지금의 투구 폼을 만들었다. 그 스토리가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살아남기 위해 변화한 끝에 그는 리그에서 흔하지 않은 스타일의 투수로 진화했다. 아직 제구력과 체력 등 보완할 부분은 있지만, 삼진을 뺏어내며 타자를 압도하는 자신의 장점을 충분히 입증해냈다. 그가 '특이한' 투수가 아닌 '특별한' 투수인 이유다. 이재성 '야구공작소' 칼럼니스트 2022.09.0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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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KT의 버팀목…'수원의 엘 두케' 데스파이네

'엘 두케' 올란도 에르난데스는 한 시대를 풍미한 오른손 투수다. 1998년 서른세 살의 늦은 나이로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데뷔해 2007년까지 통산 90승을 기록했다. 뉴욕 양키스의 황금기를 이끌며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4개나 챙겼다. 투구 시 왼 무릎을 어깨높이까지 올리는 하이 키킹 동작으로 타격 타이밍을 빼앗았다. 투구 밸런스 때문에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그만의 시그니처였다. 그뿐만 아니라 주자 상황에 따라 팔 각도와 구속, 구종까지 달리했다. 몬트리올 엑스포스 포수 크리스 위저는 "에르난데스는 예측할 수 없는 투수"라고 했다. KT 위즈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4)는 '수원의 엘 두케'다. 에르난데스와 같은 쿠바 출신으로 투구 시 왼 무릎이 어깨높이까지 올라가는 것도 닮았다. 에르난데스만큼은 아니어도 KBO리그 보기 드문 하이 키킹 투구폼을 사용한다. 한 타자는 "원 투에 타격해야 하는데 원 투 쓰리까지 되는 느낌"이라며 "타격 타이밍이 잘 맞지 않는다"고 했다. 경기 중 오버핸드로 던지다가 갑자기 스리쿼터로 바꿔 타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변칙 투구'도 에르난데스와 판박이다. MLB 시절부터 위력을 인정받았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배터리 호흡을 맞춘 포수 데릭 노리스는 데스파이네에 대해 "앵글을 잡기 힘든 선수"라고 말했다. 그만큼 공이 어느 각도에서 날아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까다로운 하이 키킹 투구폼에 투구 각을 달리해 기술적으로 타자가 느끼는 체감 구종을 다양하게 만든다. 대런 발슬리 전 샌디에이고 투수 코치는 "데스파이네는 정말 독특하다"며 타자를 상대하는 12가지 방법이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데스파이네는 "모든 구종을 던질 수 있다"고 자신한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데스파이네는 올 시즌 평균구속 시속 147㎞ 포심 패스트볼(직구·27.7%)에 투심 패스트볼(23.1%) 컷 패스트볼(11.4%) 커브(22%) 체인지업(15.8%)을 섞었다. 특정 구종에 편식하지 않는다. 이충무 KT 스카우트 팀장은 "다양한 변화구와 이닝 소화 능력을 갖췄다. 미국에 있을 때는 언제든지 나가서 던질 수 있는 이른바 '고무팔'에 가까운 선수였다. 여기에 구속까지 갖췄다"고 말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데스파이네는 1선발의 자질을 90% 이상 갖췄다. 게임을 운영할 줄 안다. 타자를 쉽게 상대한다"고 했다. 2020년 KT와 계약한 데스파이네는 어깨가 무거웠다. 11승을 기록하고 팀을 떠난 라울 알칸타라(현 한신 타이거즈)의 빈자리를 채워야 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2년 연속 리그 최다 이닝 투수가 되며 연평균 14승(15승→13승)을 책임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무려 207과 3분의 2이닝을 소화하기도 했다. 불펜 소모를 줄여주며 확실한 '1승 카드'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에이스의 입지가 좁아졌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의 워낙 페이스가 좋기 때문이다. 정규시즌 1위를 결정하는 단판 승부(타이 브레이커)는 물론이고 지난 14일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1차전 선발 등판도 쿠에바스였다. 자연스럽게 스포트라이트가 쿠에바스 쪽에 쏠렸지만 데스파이네는 크기 신경 쓰지 않았다. 17일 열린 KS 3차전에 선발 등판해 5와 3분의 2이닝 동안 2피안타로 두산 타선을 꽁꽁 묶으며 팀의 시리즈 3연승을 이끌었다. 항상 그랬듯 묵묵하게 마운드 위에서 제 몫을 다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1.11.1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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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리·장재영·김진욱이 MLB 드래프트에 나왔다면?

2021년 KBO리그 루키들이 미래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할 수 있을까. 한국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을 차지한 2009년, 당시 대표팀 주축 투수였던 류현진과 김광현, 윤석민은 각각 베이스볼아메리카(BA) WBC 유망주 랭킹 5, 9, 18위에 올랐다. 다르빗슈 유, 아롤디스 채프먼, 다나카 마사히로, 요에니스 세스페데스 등 훗날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한 선수들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성공과 실패는 갈렸지만, 한국 투수 3명은 모두 미국 무대에 도전했다. KBO리그의 슈퍼스타는 MLB의 관심을 받는다. 지나겨울 김하성이 포스팅(비공개 입찰)으로 샌디에이고로 이적했다. 이정후(키움)와 강백호(KT) 등 젊은 타자들의 해외 진출 가능성도 이미 언급되고 있다. 벌써 2021시즌 대표 유망주로 뽑히는 장재영(19·키움), 김진욱(19·롯데), 이의리(19·KIA) 역시 마찬가지다. 고교 시절 MLB 스카우트의 관심을 받았던 이들은 국내 리그를 택했다. 이들은 미래에 MLB 진출을 꿈꿀 수 있다. MLB 눈높이에서 이들은 어느 정도의 유망주일까. ━ '벌크업' 이의리는 아직 성장 중 MLB 구단의 A 스카우트는 “이의리는 광주일고 1학년 때부터 제구와 변화구가 좋았다”고 회상했다. 반대로 말하면 고교 1학년 이의리는 대형 투수가 갖춰야 할 덕목인 강속구가 없었다. 또 다른 구단의 B 스카우트는 "당시 확실한 3 변화구가 없던 투수"로 그를 떠올렸다. 평가는 성장할수록 변했다. A 스카우트는 “나이가 들고, 몸이 커지면서 이의리의 구속도 빨라졌다. 프로에서 당장 선발이 가능한 자원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의리가 MLB 드래프트에 나왔다면, 체격이 작아 상위 라운드 지명을 받지는 못했을 것”이라면서도 “미국 대학에 진학해 지금처럼 몸을 키웠다면 MLB에서도 충분히 1라운드 지명도 노릴 재능”이라고 이의리의 잠재력을 호평했다. 이의리는 계속 성장 중이다. KIA 입단 후 트레이닝 파트에서 제공한 근·체력 관리 프로그램을 충실히 수행해 체중을 7㎏ 늘렸다. 덕분에 구위도 묵직해졌다. A 스카우트는 “짧은 기간에 구속이 빨라졌고 체인지업도 발전했다. 앞으로도 더 스피드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B 스카우트는 "확실히 변화구들이 자리 잡는걸 보니 3명 중 신인왕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고 전했다. ━ '완성형' 김진욱, 구속 늘려야 강릉고 시절부터 '완성형 투수'로 평가받았던 김진욱은 프로에서 기대 이상의 피칭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래로 떨어지는 변화구 장착이 주효했다. 고교 시절부터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제구가 뛰어났는데, 프로에서 너클 커브까지 구사 중이다. A 스카우트는 “김진욱은 가장 완성도 높은 고교 선수 중 한 명이었다. 한편으로는 더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있었다”면서 “체인지업이나 스플리터를 던지면 당장 1군 선발 투수가 될 것이라 봤는데, 너클 커브를 장착해 효과를 봤다”라고 평가했다. 투구폼도 개선되었다는 평가다. B 스카우트는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더 오버핸드 폼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김진욱이 MLB를 꿈꾼다면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최우선 과제는 구속 향상이다. 첫 등판에서 그의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은 142.9㎞(이하 스탯티즈 기준)였다. 희소성이 높은 왼손 투수라 할지라도 이 정도 구속으로 MLB에서 경쟁하기 어렵다. 구종 개발도 필요하다. 오른손 타자를 상대하기에 체인지업이나 스플리터가 더 확실한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A 스카우트는 "체인지업 계열 없이 성공하려면 커브와 슬라이더가 모두 리그 최고가 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라고 내다봤다. 이어 "비단 mlb 진출이 아니더라도 프로에서 선발투수로 성공하려면 체인지업이나 스플리터가 있어야 한다"라며 "슬라이더와 커브를 리그 최고 수준으로 구사하는 것보다야 쉬운 방법이라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 '빛나는 원석' 장재영, 역대급 재능을 제대로 살린다면 신월중학교 시절부터 주목받은 장재영의 잠재력은 역대 최고다. 올 시즌 기록 중인 그의 직구 평균 구속(153.3㎞)은 KBO리그 톱클래스다. 지난해 평균 구속이 150㎞ 이상을 기록한 투수는 이동원(두산·153.6㎞), 안우진(키움·152.3㎞), 알칸타라(kt·151.6㎞), 고우석(LG·150.4㎞) 단 네 명뿐이었다. MLB 드래프트에서도 큰 관심을 받을 만했다. 최고 98마일(157.7㎞)을 던지는 고등학생 투수는 국제 시장을 통틀어도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고교 시절 부상이 약점이다. 덕수고 1학년 때 그의 직구 구속은 이미 150㎞에 육박했다. 그러나 2학년 이후 부상으로 기대만큼의 고교 성적(통산 5승 2패 평균자책점 3.20)을 남기지 못했다. 이 때문에 아직까진 '빛나는 원석'으로 평가된다. A 스카우트도 장재영을 두고 “처음부터 선발은 어렵겠다고 봤다. 그러나 평균 150㎞ 중반의 공을 던지고 커브도 한국에서 보기 힘든 130㎞대 구속을 보여준다. 타자를 상대하기에 매우 효과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장재영의 구위는 MLB 유망주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다. 구위만 보면 탬파베이의 에이스 타일러 글래스노우의 유망주 시절과 유사하다. 글래스노우는 유망주 시절 제구는 불안했지만, 평균 95마일(152.9㎞)의 패스트볼과 MLB 평균 이상으로 통할만 한(plus pitch) 커브를 가지고 유망주 랭킹 10위권까지 오른 바 있다. 물론 글래스노우는 탬파베이 입단 이후 평균 97마일(약 156㎞) 안팎까지 올라간 패스트볼, 83마일(약 133.5㎞) 안팎의 커브에 올 시즌 평균 87.8마일(약 141.3㎞)의 슬라이더까지 정착했다. 올 시즌 3경기 1승 무패 평균자책점 0.46을 기록하며 리그를 평정하는 중이다. 구위도 레퍼토리도 유망주 시절보다 몇 단계 진화했다. A 스카우트는 “장재영은 2·3학년 때 부상을 입었음에도 MLB 드래프트에서 최소 3라운드에 지명될 수준이라고 봤다. 선발이 가능하다고 평가받았다면 1라운드 지명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제구 안정은 물론 김진욱과 마찬가지로 스플리터나 체인지업이 장착도 필요하다는 전망도 전했다. A 스카우트는 “불펜으로도 MLB에 충분히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선발이 더 가치 있는 만큼 한국에서 선발로 자리 잡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선수 프로필 이의리 소속: KIA 지명: 1차지명 계약금: 3억원 신체조건: 185㎝ / 90㎏ 유형: 좌투좌타 출신학교: 광주제일고고교성적: 26-6-2-29-99-1.75김진욱소속: 롯데지명: 2차 1라운드(전체 1위)계약금: 3억7000만원신체조건: 185㎝ / 90㎏유형: 좌투좌타출신학교: 강릉고고교성적: 40-16-3-46-209-1.82장재영소속: 키움지명: 1차지명계약금: 9억원신체조건: 188㎝ / 88㎏유형: 우투우타출신학교: 덕수고고교성적: 29-5-2-46-81-3.20*고교 성적은 등판 수-승-패-볼넷-탈삼진-평균자책점. 차승윤 인턴기자 2021.04.21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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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 언더핸드 약점, 보완점 확인한 박종훈의 도루 허용

SK 선발 언더핸드 박종훈(29)이 보완점을 뼈저리게 느꼈다. 박종훈은 20일 고척키움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6피안타(1피홈런) 3사사구 6탈삼진 3실점하며 5-3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첫 승 달성에 성공하며 지긋지긋했던 팀의 10연패 사슬도 끊어냈다. 긴 이닝을 소화하진 못했지만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주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결과는 승리였지만 마냥 웃을 수 없었다. 박종훈은 이날 도루를 무려 5개나 허용했다. 2회 1사 후 김규민의 첫 번째 2루 도루가 나왔고 3회 무사 1루에선 서건창이 2루를 훔쳤다. 4회 2사 1루에선 이지영까지 2루 도루를 성공시켰다. 포수 이지영은 많이 뛰는 선수가 아니다. 2009년 데뷔 후 통산 도루가 20개(851경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박종훈-이홍구 배터리 조합을 상대로 여유 있게 2루에 안착했다. 5회에는 한 이닝 도루 2개를 허용했다. 선두타자 안타로 출루한 서건창이 후속 김하성 타석에서 2루 도루에 성공했다. 2-2로 맞선 5회 1사 1,3루에선 1루 주자 이정후가 2루 도루에 또 성공했다. 평정심을 잃은 박종훈은 2사 2,3루 상황에서 폭투로 3루 주자의 득점을 허용했다. 박종훈은 도루가 약점이다. 지난해 28경기에 등판해 28도루를 허용해 이 부분 리그 1위. 투구 시 무릎을 굽히고 오른팔을 내려야 하는 언더핸드여서 오버핸드 투수보다 투구 동작이 길다. 일반적으로 2루 도루까지 보통 3.5초가 걸리는데 언더핸드는 팔각도가 옆에서 나오다 보니 투구폼 자체가 빠르지 않고, 팔의 궤적이 커 자칫 도루 타이밍을 쉽게 내줄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퀵 모션을 빨리 가져가기도 했고, 타자와 상대할 때 템포를 달리하면서 주자의 도루 흐름을 끊어내려고 했다. 세트 포지션 상황에서 무릎을 굽히지 않고 공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해답을 찾진 못했다. 키움 주자들은 박종훈의 투구 동작을 간파한 듯 거침없이 뛰었다. 박종훈이 숙제를 또 한 번 확인했다. 고척=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0.05.20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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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00년생 파이어볼러' 한화 김진욱의 성장통과 패기

2000년생 투수가 프로에 데뷔했다. 신인드래프트가 거의 끝나갈 때쯤 이름이 불렸던 선수. 하지만 스타트라인에 서자마자 그 누구 못지 않은 주목을 받는다. 한화 김진욱(18) 얘기다. 유신고를 졸업한 김진욱은 올해 신인 2차지명 10라운드에서 전체 94순위로 지명된 오른손 투수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 지명된 투수 박주홍, 3라운드 지명자인 내야수 정은원과 함께 1군 스프링캠프에 동행했을 정도로 일찌감치 눈도장을 받았다. 지난해 마무리 캠프에서 한용덕 신임 감독의 눈에 확실히 들어온 덕분이다.김진욱은 "스프링캠프 명단이 나왔을 때 가장 먼저 잔류군부터 찾아봤다. 내 이름이 없었다. 그 다음엔 2군 캠프 명단을 봤다. 거기도 내 이름이 없었다"며 "이상하다고 생각하다가 '설마' 하면서 1군 캠프 명단을 봤더니 그 안에 내 이름이 있는 거다. 정말 깜짝 놀라고 믿어지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김진욱은 퓨처스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정민태 2군 투수코치의 지도 속에 스리쿼터였던 투구폼을 오버핸드스로로 바꿨다. 직구 구속이 시속 150㎞에 육박할 정도로 올라왔다. 5경기에서 7이닝을 던지면서 3피안타(1피홈런) 2볼넷, 10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그 소식이 한 감독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한 감독은 결국 20일 대전 넥센전에 앞서 김진욱을 처음으로 1군에 불러 올렸다. "관심을 가졌던 투수라 1군에서 던지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며 "어린 투수들이 1군에 오면 크게 성장한다. 1군 무대를 맛보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바로 그 경기 마운드에 올렸다. 팀이 1-6으로 뒤진 9회 팀의 마지막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이닝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초구부터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전광판에 시속 151㎞(공식 측정기록은 시속 148㎞)를 찍어 야구장을 술렁이게 했다. 김진욱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1군행을 통보 받고 설레서 잠을 못 잤고, 데뷔전을 치른 다음엔 '내가 정말 던진 게 맞나' 싶어 또 잠을 못 잤다"며 "아직 모든 것이 얼떨떨하다"고 했다. 처음부터 '꽃길'만 걷는 선수는 거의 없다. 첫 경기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김진욱에게 성장통이 찾아왔다. 데뷔전 이틀 뒤인 22일 대전 넥센전에서 한화가 0-6으로 뒤진 5회초 1사 2·3루서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안타를 맞고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면서 우왕좌왕했다. 남은 주자를 모두 불러 들였고, 추가 점수도 2점 더 내줬다. 투수 강습타구에 맞은 뒤 급하게 1루 주자를 아웃시키려다 악송구도 했다.하지만 한화 벤치는 6회와 7회에도 다시 김진욱을 내보냈다. 결과는 5회와 정반대였다. 2이닝 동안 일곱 타자를 상대로 볼넷 하나를 내준 게 전보다. 앞선 이닝에서 적시타를 허용했던 김민성과 이정후를 범타로 처리했다. 크게 흔들렸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값진 경험을 쌓았다. 정민태 2군 코치는 "커브가 좋은 투수다. 위력이나 제구는 1군에서도 통할 수준"이라며 "공에 스피드와 힘이 붙었고, 직구 제구도 좋다. 현재 자신감도 붙은 상황이라 1군 경험을 쌓는다면 더 성장할 수 있을 것"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김진욱 역시 "빠른 공 구속에는 큰 욕심이 없다. 하지만 커브는 (정 코치님 말씀대로) 정말 자신 있다"며 "앞으로 기회가 될 때 더 많이 던지고 싶다"고 눈동자를 빛냈다. 배영은 기자김진욱은 생년월일=2000년 1월 13일출신교=망원초-신일중-유신고키·체중=키 176cm·체중 79kg입단=2018년 신인 2차드래프트 10라운드(전체 94순위) 지명2018시즌 성적(23일까지)=2경기 3⅔이닝 3피안타 3탈삼진 2실점 평균자책점 4.91 2018.04.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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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삼성 임현준, 낮은 곳에서 시작되는 그의 야구

김한수 삼성 감독은 개막전 엔트리에 투수 11명을 넣었다. 이중 왼손 투수는 단 1명에 불과했다. 베테랑 박근홍이 시범경기 부진에 빠지면서 임현준(30)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결과는 대성공. 개막 2연전에 모두 등판해 도합 1이닝 완벽하게 아웃카운트 3개를 책임졌다. 왼손 타자 오재원과 오재일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역할을 다 했다.임현준은 특별하다. 더 상세하게 말하면 희귀하다. KBO 리그 1,2군을 통틀어 손에 꼽을 수 있는 왼손 사이드암이다. 공을 놓는 지점인 직구 수직 릴리스 포인트가 올해 101.46cm(이하 스포츠투아이 기준)다. 슬라이더와 커브를 던질 때는 수직 릴리스 포인트가 98.2cm, 97.29cm로 더 내려갔다. 신장이 185cm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옆구리에서 공이 발사되는 셈이다.2018시즌 개막 2연전에서 직구 수직 릴리스 포인트가 가장 높았던 제이슨 휠러(한화·204.99cm)와 비교했을 땐 103.53cm가 낮다. 그나마 투구폼이 비슷한 김대유(SK)와 비교해도 생소하다. 왼손 오버핸드에서 스리쿼터로 폼을 바꾼 김대유의 지난해 수직 릴리스 포인트는 149.43cm다.스스로 선택한 '변화'다. 경성대를 졸업하고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지명을 받았을 때는 평범한 왼손 투수였다. 2007년 10월에 열린 제41회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에서 MVP에 뽑힐 정도로 자질은 충분했다. 그러나 구속이 느렸다. 치명적이었다. 시속 140km를 넘는 게 쉽지 않았다. 고심 끝에 내린 게 투구폼을 바꾸는 거였다. 임현준은 "2015년 가을에 변화를 줬다. 원래는 오버로 던졌는데, 스피드를 내려고 하니까 컨트롤이 안 좋아지더라. 이렇게 흘러가면 팀을 떠나야 할 수 있어서 마지막 모험을 걸었다"고 돌아봤다. 구속은 머리에서 지웠다. 대신 컨트롤에 중점을 뒀다. 그는 "구속은 (팔각도를 내린 뒤) 아무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오버로 던졌을 때는 평균 시속 135km가 나왔는데, 지금은 120km 후반에서 130km 정도가 찍힌다"며 "그래도 컨트롤이 만족스럽다. 원하는 위치에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25일 열린 잠실 두산-삼성전에 앞서 김태형 감독은 임현준에 대해 "제구만 있으면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경기에서 위력을 직접 경험했다. 임현준은 8회 1사 1루 상황에서 등판해 첫 타자 오재일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직구 최고 구속은 129km에 불과했지만,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변화구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했다. 이어 6구째 시속 113km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뽑아냈다.마지막 탈출구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839경기에 등판한 하비에로 로페스도 비슷한 선택을 했다. 평범한 왼손 오버핸드 투수였던 로페스는 애리조나 시절이었던 2002년 팀 선배이자 왼손 사이드암으로 활약한 마이크 마이어스의 조언에 따라 릴리스 포인트를 낮추는 승부수를 던졌다. 구속이 88~92마일(141.6~148.1km)에 형성됐던 로페스는 컨트롤에 중점을 뒀고, 왼손 타자를 상대하는 원포인트로 롱런에 성공했다. 임현준이 그리는 야구 인생도 비슷하다. 참고한 선수는 로페스나 마이어스가 아닌 모리후쿠 마사히코(현 요미우리) 같은 일본인 투수다. 그는 "미국에서 뛰는 선수들을 보니까 팔 높이가 달랐다. 나보단 대부분이 높았다"며 "모리후쿠는 투구폼을 흉내 내는 것보다 타자와 상대할 때 볼배합 같은 것을 눈여겨 봤다. 오른손 사이드암과 왼손 사이드암도 볼배합이 조금 다른데, 그런 부분을 체크했다"고 밝혔다. 모리후쿠는 왼손 사이드암으로 일본 국가대표까지 역임한 정상급 불펜 자원. 이어 "릴리스 포인트가 낮아지니까 변화구 각이 달라졌다. 아무래도 횡으로 던질 수 있는 변화구가 생기니까 왼손 타자를 상대할 때 좋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김한수 삼성 감독은 임현준에 대해 "웬만하면 원포인트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 타선이 (왼손-오른손-왼손으로 나오는) 징검다리면 한 명 더 가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25일 경기에서 오재일을 삼진 처리하고 스위치 타자 지미 파레디스까지 상대했다. 파레디스는 오른쪽 타석에 들어섰고, 임현준은 2구째 시속 126km 직구로 평범한 3루 땅볼로 아웃시켰다. 왼손 타자뿐만 아니라 오른손 타자를 상대로도 가능성을 보였다. 그는 "한 번도 본적이 없는 궤도이기 때문에 오른손 타자도 어려워할 거로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야구 인생의 마지막일 수 있다.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면 고향팀 삼성에서 기회를 잡기 힘들다. 그래서 더 경기에 집중한다. 왼손 불펜이 부족한 팀 사정까지 맞물리면서 어깨가 무겁다. 그는 "처음 투구폼을 바꿨을 때는 허리와 무릎이 아프더라. 하지만 이젠 적응이 됐다"며 "감독님이랑 코치님께서 기회를 주셨으니까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잘 하려고 노력하겠다.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왼손 사이드암 임현준의 2018시즌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그의 야구는 누구보다 낮은 곳에서 시작된다.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ins.com 2018.03.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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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김대유와 로페스, 팔각도를 내린 마지막 선택

과연 김대유(26·SK)가 하비에르 로페스(40·전 샌프란시스코)의 길을 따라갈 수 있을까.지난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로페스는 메이저리그 통산 839경기(역대 42위)를 뛴 베테랑이다. 2010년과 2012년 그리고 2014년 샌프란시스코의 짝수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주역 중 한 명. 2015년에는 77경기에 등판해 39⅓이닝을 소화했을 정도로 왼손타자에 특화된 왼손 불펜이다. 화려함은 없었다. 스피드건에 찍히는 직구 평균 구속은 86마일(138.4km)로 웬만한 선수들의 변화구 속도였다. 하지만 무기가 하나 있었다. 바로 투구폼이다.버지니아대를 졸업한 로페스는 199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지명(애리조나)을 받은 후 마이너리그 싱글A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가 최악에 가까웠다. 1998년부터 2년 연속 6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었고, 상위 싱글A에서 뛴 2000년에는 평균자책점이 5.22로 높았다. 답답했던 로페스는 2002년 스프링캠프 때 팀의 선배 마이크 마이어스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마이어스는 리그를 대표하는 중간 계투로 왼손 사이드암이라는 특화된 투구폼을 갖고 있었다. 20대 초중반의 로페스는 장점이 없었다. 구속은 88~92마일(141.6~148.1km)에 형성됐다. 평범한 왼손 오버핸드로 커브볼과 체인지업을 구사했다. 스스로가 "마이너리그의 레벨을 밟고 올라갈 수 있는 일관성이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고민을 거듭한 로페스는 마이어스에게 지도를 요청하고, 팔각도를 내리는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이 선택은 로페스의 야구 인생을 바꿨다. 투구폼 수정 1년 만에 빅리그 무대를 밟았고, '스승' 마이어스(통산 883경기)와 비슷한 839경기를 뛰고 유니폼을 벗었다.김대유가 꿈꾸는 '반전'도 비슷하다.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넥센 지명을 받은 김대유는 2013시즌 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SK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그의 1군 기록은 올 시즌 전까지 2014년 9경기(1패 평균자책점 10.03)가 전부였다. 사실상 전력 외로 분류됐던 그는 지난해 겨울 혹독하게 투구폼을 수정하는 변화를 줬다. 왼손 오버핸드에서 릴리스 포인트를 내리면서 스리쿼터로 바꿨다. 왼손타자 기준으로 공이 등 뒤에서 날아오는 느낌을 들게 했다.그는 "왼손타자 공략을 확실하게 하려고 했다. 지난해 겨울부터 준비를 했는데 의외로 나한테 잘 맞는 투구폼이다. 김경태, 제춘모 코치님께서 지도를 잘 해주셨다"고 말했다. 변화는 우연한 기회에 왔다. 갑작스럽게 목에 담이 왔고, 고개가 잘 안 돌아가는 상황에서 피칭을 시도하다 자연스럽게 팔각도가 내려갔다.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유형이 비슷한 크리스 세일(보스턴)을 비롯한 왼손 투수 영상을 찾아 몸으로 익혔다. 처음에는 적응에 애를 먹었다. 김대유는 "변화구를 던지는 게 어려웠다. 그런데 대만 2군 캠프(2월 14일~3월 11일)에서 잘 맞아 떨어졌다"며 "컨트롤이 문제였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작은 결실도 맺었다. 시즌을 2군에서 시작했지만 지난 7일 무려 1024일 만에 1군에 올라왔다.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좋은 활약을 했으면 좋겠다. 효과적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져줬으면 한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고 기대했다. 현재 김대유는 커터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투심을 다채롭게 구사한다. 간절함은 보이지 않는 동력이다. 그는 "연차가 적지 않기 때문에 팀에서도 기다려줄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을 거다. 생존 같은 느낌이랄까. 마지막에 변화를 시도하지 않나. 마지막이 될 수 있으니까 해볼 수 있으면 해보자는 생각이다"고 말했다.로페스의 장점 중 하나는 적극성이었다. 훗날 마이어스는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과의 인터뷰에서 "로페스는 정말 많은 질문을 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김대유는 "처음 야구를 하는 기분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호등이 켜졌을 때 악셀레이터를 밟아야 한다. 지금 아니면 언제 밟아보겠나"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김대유가 다른 왼손 투수보다 낮은 릴리스포인트에서 공을 놓는다. 그가 그리는 두 번째 야구인생의 출발점이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ins.com 2017.06.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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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대유·임치영, 절박함의 끝은 '변화'다

변화의 시작은 절박함이다. SK 투수 김대유(26)와 임치영(29)이 딱 그런 케이스다.김대유와 임치영은 대만에서 열리고 있는 SK 2군 캠프(2월 14일~3월 11일)에서 투구폼을 바꾸는 '변화'를 선택했다. 왼손투수인 김대유는 팔각도를 내려 쓰리쿼터 형식으로, 원래 사이드암이었던 임치영은 언더핸드로 연습을 하고 있다.둘을 지도하고 있는 김경태 코치는 "김대유는 메이저리그의 크리스 세일(보스턴)이나 NC 임정호 느낌이 난다. 임치영은 롯데 정대현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김대유가 연습 중인 왼손 쓰리쿼터는 KBO 리그에 흔치 않은 투구폼이다. 오버핸드에서 릴리스 포인트를 내리면서 왼손타자 기준으로 공이 등 뒤에서 날아오는 느낌을 들게 한다. 자연스럽게 커브의 각도도 예리해졌다. 구단관계자는 "공이 지저분해져서 라이브 피칭 때 타자들이 구종을 알고 치는 데도 장타를 만들어내기 어려워하더라. 막히는 타구가 많았고, 파울도 많이 났다"고 말했다.김경태 코치도 "패스트볼 제구는 잡혀가고 있는 상태다. 커브의 제구만 좋아진다면 KBO 왼손 불펜 중 손가락에 꼽히는 까다로운 공을 던질 투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힘을 실어줬다. 현재까지 몸 상태도 좋으며 갈수록 투구폼에 적응하고 있다는 평가다. 임치영도 대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공의 움직임을 더 주기 위해 릴리스 포인트를 내려 언더핸드로 새로운 야구인생을 개척 중이다. 싱커와 휘어져 나가는 커브를 이용한 땅볼 유도를 적극 훈련하고 있다. 구단관계자는 "비활동기간에 몸을 워낙 잘 만들었다. 선수가 워낙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며 "시즌을 치를수록 구속이 조금 더 올라갈 것 같다"고 말했다.김경태 코치는 "팔을 조금 내리면서 공의 무브먼트가 많이 나아졌다. 제구력과 경기운영 능력이 좋은 선수이기 때문에 구속만 조금 더 올라온다면 충분히 1군 무대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일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어떻게든 기회를 잡아야 한다. 둘 다 아직까지 1군에서 보여준 게 없다.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넥센에 입단한 김대유는 2013년 2차 드래프트 때 SK로 이적했다. 1군 통산 성적이 2014년 기록한 1패 평균자책점 10.03이 전부다. 임치영도 마찬가지. 임치영은 2012년 신인 드래프트 때 7라운드 지명을 받고 SK 유니폼을 입었다. 1군 통산 성적은 1승1패 평균자책점 7.15다. 경찰야구단에서 군복무 후 2016시즌을 앞두고 팀에 복귀했다.김대유는 "투구폼의 변화가 생기면서 새로운 것들이 생겨나더라. 확실하게 좌타자를 잡을 수 있는 구질과 구종이 나타났다. 특히 커브는 충분히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몸 상태나 어깨도 예전보다 더 좋아져서 공 스피드도 좋아질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임치영은 "이전엔 구속을 극대화시키는 폼만 찾았다. 임창용 선배와 노리모토 다카히로의 파워풀한 영상을 공부했었는데, 지금은 구속보다도 박정현, 정대현 선배님들을 비롯한 영상을 자주 보면서 땅볼에 유리한 구질과 폼을 계속 연구하고 있다. 1군에서 주자가 있거나 필요한 상황에서 병살을 유도할 수 있는 필승조를 목표로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ins.com 2017.03.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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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의 '각도', 김병현의 '업슛'

몇 년 전 선동렬 전 KIA 감독이 박찬호에게 했던 발언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팔꿈치 각도를 좁혀야 공이 좋아진다"고 조언을 한 것이다. 선동렬은 현역 시절 '국보'로 불린 대투수다. 프로야구에서 단연 역대 최고 투수로 꼽힌다. 하지만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24승이라는 대단한 기록을 세운 베테랑 투수였다. 선동렬의 말이 '다소 과하다'고 여긴 이들도 있었다.선동렬의 그 말 뒤에는 어떤 뜻이 숨어있었을까. 투수가 빠른 공을 던질 때에는 공에 백스핀이 걸리게 된다. 테니스나 탁구를 할 때 라켓으로 공의 아랫부분을 때리는 경우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백스핀을 받은 공은 덜 가라앉게 되고 타자들은 공이 마치 떠오르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속도가 같아면 공의 회전방향이 수직에 가까울수록 수직무브먼트에 영향을 더 크게 미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똑같은 손모양으로 백스핀을 주더라도, 팔의 각도가 내려가면 공의 회전방향이 수직에서 멀어질 수 밖에 없다.그래서 "팔꿈치를 벌리고 던지면 공에 힘이 떨어질 뿐 아니라 종으로 움직여야 할 공에 횡으로 휘는 각도가 들어간다"고 얘기한 선동렬의 발언은 타당하다. 선동렬은 수학이나 물리를 전공하진 않았더라도, 평생을 야구를 해온 감이 있었던 것이다. 피치f/x 데이터를 이용해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던진 빠른공의 수직, 수평무브먼트를 찾아봤다. 대상은 2016시즌 직구 계열(포심, 투심, 싱커 등) 공을 최소 300개 이상 던진 투수들이다. 수평무브먼트에 비해 수직무브먼트의 비율이 높은 투수를 찾으면 과 같다. 이 비율이 높은 투수의 공은 좋은 수직무브먼트로 타자의 헛스윙을 이끌어낸다. 대체로 헛스윙률이 높은 투수들이다. [표-1] 2016년 메이저리그 수직무브먼트/수평무브먼트 비율 상위 5명 투수 하지만 수평무브먼트의 비율이 높다고 무조건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니다. 수직무브먼트는 헛스윙률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반면 수평무브먼트는 땅볼유도와 관련이 있다. 수평무브먼트가 좋은 투수는 더 많은 땅볼을 이끌어낸다. 는 빠른공을 던질 때 수직무브먼트에 비해 수평무브먼트가 높은 투수들이다. 이 리스트에서 1위에 올라있는 브래드 지글러는 올시즌 63.8%의 땅볼비율(GB%)를 기록하고 있다. 잭 듀크와 코리 기어린의 GB%는 각각 58.3%다, 그리고 조 스미스는 53.1%다. [표-2] 2016년 메이저리그 수평무브먼트/수직무브먼트 비율 상위 5명 투수 두 리스트에서 뭔가 감이 온다면 메이저리그에 관심이 아주 많은 사람일 것이다. 첫번째 리스트는 정통파 오버핸드투수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두번째 리스트는 사이드암이나 잠수함투수들이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그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백스핀의 회전축 때문이다. 투수가 공을 놓는 지점과 무브먼트는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과 를 보면, 공을 낮은 쪽에서 놓는 투수는 수직무브먼트도 낮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 사이드암이나 잠수함 투수의 장점도 여기에서 나온다. 생소한 투구폼 외에도 낮은 릴리스포인트에서 빠른공을 싱커성으로 던질 수 있는 강점이 생긴다. 그렇다면 잠수함 투수가 변화구를 던지면 어떻게 될가. 물구나무 서서 공에 탑스핀을 거는 것을 상상해보자. 공은 마치 백스핀이 걸린 것처럼 움직일 것이고, 타자 앞에서 마치 오버핸드 투수의 빠른 공처럼 떠오르게 된다. 김병현의 '업슛'에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방망이가 공 아래 허공을 시원하게 갈랐던 장면. 그 비밀이 바로 여기에 있다. 홍기훈(비즈볼프로젝트) MIT와 조지아텍 대학원을 거쳐 스포츠통계업체 트랙맨베이스볼 분석 및 운영 파트에서 일하고 있다. 2016.07.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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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외국인 타자 킬러' 박종훈, 28cm의 강점

올 시즌 SK 경기에는 꽤 많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현장을 찾는다.시즌 뒤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는 에이스 김광현(28) 때문이다. 김광현은 시즌 뒤 해외 진출 의지가 강하다. 하지만 스카우트들이 주목하는 선수가 한 명 더 있다. 언더핸드 투수 박종훈(25)이다. 스카우트와 에이전트 사이에선 "현재 시점에서 포스팅을 한다면 가장 흥미로운 투수는 박종훈이다"는 말도 나온다.아직 박종훈은 메이저리그 타자를 상대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비교 수단이 있다. 외국인 타자 성적이다. 올시즌 박종훈은 외국인 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 0.176(17타수 3피안타)을 기록하고 있다. 시즌 피안타율(0.273)보다 1할 가까이 낮다. 17타수에 불과하지만, KBO리그의 외국인 타자는 소속 팀 중심 타자를 맡고 있다. 메이저리그 경력도 과거에 비해 많은 편이다. LG 루이스 히메네스가 박종훈에게 4타수 2안타를 기록했을 뿐, 그를 제외한 나머지 타자 상대로는 피안타율이 0.076이다. 2015시즌에도 비슷했다. 지난해 외국인 타자 피안타율은 0.205였다. 외국인 선수로 역대 세 번째 리그 MVP를 차지한 에릭 테임즈(NC)도 4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고전했다.박종훈은 KBO리그에서도 드문 정통 잠수함이다.KBO 투수 중 릴리스 포인트가 가장 낮다. 투구 때 가끔 그라운드에 손이 스치기도 한다. 데이터로도 입증된다. 트랙맨 시스템 운영사인 애슬릿미디어에 따르면 박종훈의 올시즌 릴리스 포인트 평균치는 지면에서 불과 28cm 떨어진 높이다. 이 부문 2위 김대우(삼성·59cm)보다 두 배 가까이 낮다. 마운드 높이는 30.48cm. 사실상 지면에서 공이 발사되는 수준이다. 사이드암에 가까운 임창용(KIA), 권오준(삼성) 등은 120cm가 넘는다.외국인타자들은 한결 같이 "생소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박종훈의 동료였던 앤드류 브라운은 "미국에서는 이런 투수를 보기 힘들다. 공 궤적이 좋다. 효과적인 피칭을 한다"고 극찬했다. 테임즈도 가장 까다로운 투수로 박종훈을 꼽으며 "접해보지 못했던 유형의 투수로 적응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언더핸드 투수에게는 '서브머린(잠수함)'이라는 별명이 붙는다. 지금 메이저리그라는 바다에서 항해하는 잠수함은 없다시피 하다. 2009년 은퇴한 채드 브래드포드(전 탬파베이) 이후 사실상 명맥이 끊겼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MBC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은 "애리조나 마무리인 브래드 지글러 정도가 남았다. 정통 언더핸드는 메이저리그에서 찾기 어렵다"고 전했다. 릴리스포인트만 특별한 게 아니다. 공의 변화도 그렇다. 애슬릿미디어 관계자는 "박종훈의 공은 좌우 변화가 심하지 않지만 상화 변화가 크다"고 분석했다. KBO리그 투수들의 수직 무브먼트 평균은 41cm다. 수직 무브먼트 값이 큰 공은 중력의 영향보다 덜 떨어진다. 타자 눈에는 떠오르는 것처럼 보인다. 회전이 좋은 강속구는 그래서 '라이징 패스트볼'로 불린다. 박종훈의 수직 무브먼트는 -25cm다. 라이징패스트볼과 반대로 중력의 영향만을 받는 궤적에서 '더' 떨어진다. 솟아오르든, 떨어지든 타자의 히팅 타이밍을 교란한다는 점에선 같은 효과다.박종훈 자신도 "외국인 타자들 배트 스윙 궤적이 내 공과 잘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KBO리그에서 직구 수직무브먼트 값이 마이너스인 투수는 박종훈과 정대현(롯데·-23cm) 두 명 뿐이다. 박종훈의 직구는 타석 앞에서 싱커처럼 뚝 떨어진다. 직구 움직임이 왼손투수의 커브와 비슷하다. 정통 언더핸드를 많이 상대해보지 못한 외국인타자들이 한숨을 쉬는 이유다. 브레이킹 볼은 반대다. 커브의 리그 평균 수직 무브먼트는 -19cm다. 그런데 박종운은 36cm다. 오버핸드 투수의 커브는 당연히 떨어지지만, 잠수함 박종훈의 커브는 거꾸로 떠오르는 느낌을 준다. 슬라이더 수직 무브먼트도 리그 평균(10cm)보다 21cm 높다. 역시 떠오르는 느낌을 주는 공이다.박종훈은 지난해 열린 프리미어12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언더핸드 투수가 국제대회에서도 호투한 경우는 꽤 많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대학생(당시 경희대)으로 유일하게 대표팀에 승선했던 정대현(롯데)이 좋은 예다. 당시 정대현은 미국을 상대로 두 차례 등판해 13⅓이닝 동안 2실점으로 쾌투했고, 이후 대표팀 단골 멤버가 됐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ins.com 2016.06.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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